이길우는 동문서답이라는 큰 주제하에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고 있다. 논리적, 인과적 관련이 없는 상호 이질적인 이미지를 중첩시켜 긴장감과 이미지의 재생산을 보여주며 이 두 극한은 한 화면 안에 결합되어 이중구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단절된 듯한 두 세계의 공존과 정체성을 발견해 낸다 작가는 세속과 절연되어 있는듯한 풍경과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 인물을 동시에 등장시키고 거기에 연속적인 작용을 가미시켜 복합적인 문화코드 안에서 동양적 혹은 서양적 정체성이 어떻게 표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습관과 관념을 뛰어넘는 작가의 끊임없는 연구와 작가 자신이 체득한 채움과 비움의 반복적인 재현방법을 통해 고유한 사고와 강한 신념을 드러낸다.
소멸과 생성 : 노동 집약적 수행의 과정
이길우의 작업은 향이나 인두로 일일이 종이를 태우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이것은 분향의 의식처럼 끈기 있는 수행과도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반복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예술의 노동집약적 가치창조를 이룬다.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노동은 숭고미 같은 형태로 발현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며 득도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보여진다. 작가는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서 재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輪廻)사상에 입각해 한지를 태우는 반복적인 ‘소멸’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구멍들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아이러니하고 독특한 방식을 전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