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던 1980년대 뉴욕에서 유학하며, 여전히 미니멀리즘의 열풍이 한창이기도 했던 그곳에서 고민하다가 마크 로스코, 엘스워스 켈리 바넷 뉴면의 그것과도 같은 차가운 미니멀리즘 추상을 선택한다. 그는 구상적 전통을 버리고, 기하학적 면 분할을 통한 가로와 세로의 직선이 나누는 완전한 추상성을 획득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그것은 문학에서 보이는 시적 극명성을 회화의 단순성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구 모더니즘의 극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동양사상은 어쩔 수 없이 그만의 작업에 물들어 간다. 최선호 작품의 색과 면의 조화는 긴장감과 이성적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여유롭고 그윽한 동양적 색감과, 감각적 서정성도 감추지 못하고 여지를 남겨놓았다. 형식의 극단과 감각의 여유를 동시에 보여주는 미니멀과 맥시멀의 공존이다. 2011년 선컨템포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지난 20년간의 수고와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니멀과 맥시멀,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문학과 예술, 시와 산문, 격정과 냉정, 이성과 감성, 내용과 형식을 티없이 조화시키려는 이상주의자적이며 인문주의자적인 작가의 면모와 이를 동반하는 고독과 열정의 세월이 그대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