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희의 작업은 개인의 특정한 사적 공간 속에 있는 오브제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항상 눈여겨보지 않았던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의 물건들을 찾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서 앞뒤가 다 보일 수 있는 투명한 액자에 넣어 전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인 관점으로 한 사람의 공간에서 나온 물건들을 세세한 것까지 모두 들춰내어서 보여주는 작업을 통하여 일상 안에 숨어있는 작은 것들에서 큰 의미들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한 공간에 펼쳐놓음으로써 새롭게 발견하여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의미들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작업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설치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작가는 존재론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가볍고 얇고 버려지기 직전의 가볍고, 연약한 것들이 작가의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가지고 그것들이 쌓여감에 따라 무게감을 가지는 작업이다. 여기서 작가는 아무리 미미한 것들이라도 시간이 흘러 증식되면 어떤 공간을 채우는 존재가 되어가며 그것들의 존재를 새롭게 재확인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작가는 계속해서 보잘것없고 약하며, 가벼운 것들을 직접 손으로 다루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조그마하게 시작된 작업은 작업이 지속될수록 반복적인 노동 행위를 통해서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는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고 기록물처럼 수북이 쌓여가기도 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그것은 형태적으로는 속옷이 되기도 손이 되기도 발이 되기도 할뿐만 아니라 드로잉, 설치, 기록물, 액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결국 작가는 모든 노동집약적인 단순한 행위의 반복 작업을 통해 아주 가볍고 하찮은 것들이 쌓여서 하나의 거대한 존재를 가지는 담론을 만들게 되며, 또 다른 새로운 존재로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이 맞물려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간은 조소희에게 중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노동집약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인 실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반복적인 과정이나 휴지와 같은 얇은 종이에 타이프를 계속해서 쳐 나가는 행위들을 시간의 축적일 뿐만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며, 그들의 의미를 새롭게 하거나 상대적인 것들을 동시에 현존하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조형예술학을 공부한 조소희작가는 프랑스 외에도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다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경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2년 금산갤러리에서 <지영이의 장롱>전, 2005년 브레인 팩토리에서 <Deux chambers à côté>전, 2006년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에서 <Voyage>전 을 선보인 바 있다. 2012년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사적인상>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개회하였다. 이후 아르코미술관에서 <노마딕 프로그램>으로 바이칼 호수를 다녀왔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편지> 연작 8점이 소장되었다. 이밖에 작품 소장처는 스페인 발렌시아 Galeria CHARPA, 벨기에 La Roche, 파리 Église Luthérienne de Paris등이 있으며, 2004, 2005년에 각각 프랑스에서 Quasart, Salon de Montrouge 입선을 수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