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선 컨템포러리는 5월 21일부터 6월 9일까지 역사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현 시대의 현실적, 또는 허구적 양상들을 포토 콜라주와 영상 작업으로 재구성하는 작가 이상현의 <낙화의 눈물>전을 선보인다. 이상현은 역사적 사건을 담은 과거의 흑백 사진이나 한국 전통 회화 작품 위에 인위적으로 제작한 상상의 이미지를 조합한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기존의 기록 사진과 작품 사진들이 왜곡되지 않은 온전한 사실을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상현이 꾸며 내 덧붙인 이미지들 또한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완벽한 허구는 아니다. 이렇듯 작가는 상반되면서도 그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여러 요소들을 융합해 상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는 모든 것이 진실인 동시에 허상이다. 북한 인민군과 소녀시대, 레이디 가가, 마치 유에프오처럼 공중에 떠 있는 미사일과 로켓들, 이 모든 대상들은 실존한다. 하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는 독특한 무대의상을 입는 가수나 제복으로 무장한 인민군의 모습, 뉴스에서만 보아 온 무기들에 사람들은 열광하거나 두려워하면서도 실제로 마주한 적 없어 허상처럼 느낀다. 이러한 현대적 대상들 뒤에 펼쳐 진 흑백의 배경 역시 허구로 이루어진 고전 소설 혹은 그 왜곡 여부를 알 수 없는 역사 기록 사진을 바탕으로 하기에 모든 요소들은 허구와 진실의 교차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허상적 가시성 너머에 각각의 알레고리(Allegory)를 내포하고 있는 재료들로 작가는 허구적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 낸다. <조미화친기념 레이디 가가, 대동강 콘서트>, <소원을 말해봐>와 같은 작품들의 배경은 공통의 무언가를 축하하는 자리이다. 그곳의 모인 이들은 자신의 ‘너무나도 기쁜 마음’을 온 몸짓과 표정으로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 표현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기에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남한과 북한, 미국이 공통적으로 축하할 수 있는 사건이 무엇인지,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가상의 이벤트를 통해 그 허구성 이면의 가능성을 들여다 보며 한 민족, 한 인류인 우리에게 이 사건들은 일어날 만한,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라 말하는 듯하다. 이상현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이미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 작가가 숨겨 놓은 각각의 알레고리를 인지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자본주의의 표상인 명품 마크를 가슴에 단 여성 인민군은 자의적이던, 타이적이던, 사회주의 사상을 따르는 그들 역시 욕망을 지닌 인간임을 드러낸다. 이렇듯 역사적 배경에서 발단된 그의 현대적 혹은 미래적 상상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미지로 탄생되었다. 작가는 꿈 또는 이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이들 중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채 모든 영역들을 오가며 현실 같은 허구, 허구 같은 현실을 생산한다. 이상현의 작업은 가시적인 사건 속에 숨겨 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과도 같다. 하지만 그 진실이 실제로 진실인지, 허구를 뺀 진실이 진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쩌면 진실과 허구가 완벽히 다르지 않으며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물음의 답은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