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은 2004년의 <조선역사명상열전>, 2007년의 <구운몽>, 2008년 <제국과 조선>, 2009년<삼천궁녀>등 다양한 소재와 역사적인 사건들 그리고 그 흔적들을 활용하여 독특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왔다. 각 시리즈들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환상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요소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된 시간 여행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게 되는 <취유부벽루기>도 이러한 이전 작업방식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수일과 심순애>, <조미화친기념 레이디 가가 대동강 콘서트>, <나는 너의 지니 소원을 말해봐> <정회장 소 몰고 고향 찾는 대목>등의 작업은 하나의 민족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남쪽과 북쪽의 교류, 외세에 의해 분단된 역사, 북한에서 자생하고 있는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로 인한 딜레마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알레고리들에 담아 하나의 풍경에 등장시킨다. 이렇게 다양하게 등장하는 알레고리들은 서로 충돌하여 색다른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며, 흥미롭고 재치 있게 보이지만 한편으로 아련하고 슬픈 풍경을 만들어 낸다. 또한 조선시대에 수묵으로 그려진 옛 그림 속 평양의 풍경들로 배경을 만듦으로써 이전에는 자유롭게 다녔을 현재 북한 지역에 대한 애잔한 노스텔지어를 보여준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경 속에서 작가는 이전의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목격자이자 증인으로서의 자신을 등장시킴으로써 현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풍경 속에는 북한의 여군이 등장하며, 모두 서구의 명품로고를 옷에 달고 있거나 명품 로고의 마스게임, 주체사상을 담은 사상서가 아닌 알렝 드 보통의 <불안>을 들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아이러니 들을 통하여 북한 정부가 사회주의 주체사상을 부르짖으며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무기력하게 자본주의의 문화에 잠식당하는 허구적이고, 무기력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북한 체재 속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담고 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아이러니한 풍경을 통해 우리가 하나의 민족으로서의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떻게 남북한의 관계가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우리에게 제시한다.